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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

변하지 않는 것


2020
​아크릴, 목탄, 연필

39.4*54.5cm

나무는 항상 그 자리를 푸르게 지키고 있었다. 색을 잃고 적막한 세상을 만든 것은 바쁜 일상에 지친 나 자신이었다. 

 

 붓을 든 어린 나에게 세상은 다양한 색감 그 자체였다. 사계절 바쁘게 색이 변해 가는 나무가 좋았다.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이 그림이었고, 나무 팔레트는 푸르게, 붉게 때론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붓은 말라버렸다. 나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스쳐가는 나무들 속에서 나는 눈 감고 있었다. 무채색 뿐인 공간은 적막했다. 

 

 바래진 붓들 속, 연필을 꺼내어 나무를 보았다. 나무는 항상 그 자리를 푸르게 지키고 있었다. 색을 잃고 적막한 세상을 만든 것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나의 시선이었다. 

 

  우리는 또 무채색 속 희망이라는 색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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