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루에기384001>, 임채림, 공업용 pvc, 캔버스 위에 스프레이 페인트와 아크릴, 가변사이즈, 2020
박진선
Lucky Seven
2017.06~2020.09
사진 콜라주
59.4 cm x 126 cm
사실은 그리 오래전부터 시작한 된 것은 아니다. 시작했을 땐 시작한 지도 몰랐고 심각성과 위험성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을 땐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한다.
"한 달 넘게 지속한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입니다.' 이번 여름의 비는 명확한 경고로 내가 올해의 기후 위기를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던 것은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지구가 운석이 날아와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서히 물에 잠기고 고통스러워하고 질병이 돌며 죽게 될 나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미래. 이는 예전에 시작되었다. 재난 영화에서 보던 레퍼토리가 이제 머지않았다는 걸 체감하게 해준 여름이었다.
나는 자연, 달에 대한 두려움을 얘기했던 Fear at Night와 17년부터 찍어온 쓰레기 시리즈를 다시 불러온다.
Fear at Night는 두려움을 주제로 작업을 했을 때 정말 단순히 아주 맑은 밤, 보름달이 나를 쳐다보듯 밝게 떴을 때 느끼는 두려움으로 작업한 것이었다. 달이 어지거나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는 게 아닌데 그저 달이 너무 밝아서 마치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두려워하곤 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극복하지 않는 이상 계속 존재할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내가 이걸 이겨내지 못한다면 15일마다 보름달이 뜨면 나는 그 빛이 무서워할 것이다. 이건 나 혼자만의 두려움이고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오는 자연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 위기, 환경 문제는 어떠한가?
나는 자연이 인간에게 어 벌을 줄지 나는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지 그게 두렵다. 우리는 얼마나 잃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영향을 말로만 들었을 때보단 직접 경험하고 느껴야 믿는 경향이 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쓰레기들보다는 쓰레기가 되기 전 물건의 상태에서 물건이 되기까지 과정, 배달, 포장 그리고 그 후 쓰레기로서의 처리에서 나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과 에너지 소비가 많을 테지만 이건 몇십 년부터 외쳐온 주장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고. 한 명씩 실천해야 한다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그 기후 위기를 매해 직접 경험을 하고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데 대한민국 소비 패턴으로 계속 가다 보면 우리는 기후, 식량 난민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1) 내가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것을 이룬다고 해도 그걸 누릴 시기나 내가 이것저것 더 경험해보고 싶은 시기에 나는 식량을 찾아 헤매고 있을 수 있다니까 이런 소식을 듣고 보고 있다 보면 나의 고민이 우스워 보인다.
나는 특정 계층이 접할 수 있는 예술을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작업을 만들어 이 전시를 접할 수 있는 '운' 그 자체를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경각심을 깨우고 싶다.
그래서 17년부터 길거리 쓰레기 사진, 엉뚱하게 놓인 쓰레기인지 잃어버린 것인지 모를 물건들의 사진을 모아왔는데 그 사진들로 지금 당장은 모든 걸 누리며 사는 우리의 ‘운 좋음’을 쓰레기 사진들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이 운을 계속 누리며 살고 싶고 다음 세대에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 혼자만으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실천들에 힘겨워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을 독려해서 정말 사소한, 일회용품 줄이기, 좀 더 크게는 일주일에 한 번 채식하기 등으로 다 같이 노력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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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악당’된 대한민국… “한국인 식량난민될 가능성 높다”,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844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