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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린

바퀴벌레


기원전 3억 5천만 년~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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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있던 것도 다시 있을 것이며 이미 한 일도 다시 하게 될 것이니 세상에는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 아무 새로움도 없는 지루한 반복이 먼지처럼 쌓여 만들어지는, 인류 전체의 역사보다도 몇 백 배는 긴 시간을 이어진 작업.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기억되지 않을 뿐. 과거에는 조명 받지 못했지만 후세에 재발굴되어 호평을 받는 예술가들의 존재처럼, 바퀴벌레의 작업은 몇 억 년이 지난 뒤에 인류에게서 해체를 당하는 중이다. 하지만 기나긴 해체 작업으로도 건재한 고대의 시공간적 대지미술은 사랑의 강력함을 증명해내고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그것의 혐오스러움을 들춰낸다. 그러므로 바퀴벌레의 작업은 예술가로서의 인류에게는 꼭 넘어야 할 거대한 산, 깎아 없애버려야 할 장애물이다. 인간의 사랑은 새롭고 또 아름답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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