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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정

어떡하면좋지?


2019.09~2020.09
폴리(frp)
130cm

나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면서 과거의 나의 작업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디피 한 흑인 소조상은 학교 과제전 때문에 만들었으며 전시 이후 쓸모가 없어져 학과 과실에 방치되어있었다. 일 년 전만 해도 애지중지하면서 작업을 했었고 당시엔 이 소조상이 나의 소중함 1순위 이었는데 지금은 있으나 마나 방치가 되어있던 작업을 보니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까지 만들었나 싶었다. 매 학기 방치되고 버려지는 작업을 볼 때면 매번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 예대 학생들도 공감 할 것 같다. 흑인 소조를 만들 당시 한 학기 내내 흑인 소조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날 날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만든 작업이었다. 매 수업마다 작업을 완성하기 까지 수십 많게는 백만 원이 넘는 재료비를 투자하고 매주, 매일 아침에 작업하러 가서 저녁에 오는 생활을 한 학기 내내 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인데 막상 전시가 끝나고 한 학기가 끝나면 쓰레기장에 버려지거나 어딘가에 방치된다. 주변에선 나중에 작가를 하거나 작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잘 포장해서 어딘가에 보관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개인 작업실도 없고 한정된 학교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학생으로선 보관하기 힘든 점도 있고 나만의 작업이 아닌 학교 과제전에 맞춰진 작업을 주로하기 때문에 작품에 애정이 없을 때도 많다. 이번 전시는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전시하는 방식이라 맘에 들었다. 막연하게 만드는 게 좋아서 시작한 미술이 수많은 돈을 쓰며 미대에 입학 한 뒤, 매학기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수십만 원씩 재료비를 써가며 현재는 졸업을 앞두었다. 과거에 나는 이러한 수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 미래에 많이 달라져 있는 나를 생각했지만, 현재로선 갓 대학 입학한 2017년 1학년 때의 나와 딱히 변한 것이 없다. 물론 사람마다 대학을 가서 교양을 쌓고 여러 면에서 발전이 있다고 생각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 자신만을 보자면 2017년에서 2020년으로 시간만 지난 것 같다. 이번 전시를 하는 저 흑인 소조상이 어떻게 보면 25살 나의 마침표이자 시작인 것 같다. 작업 의자에 올라가있는 수많은 영수증이 이 소조상을 만들기 까지 투자된 돈과 시간이다.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만들고 투자한 걸까? 란 생각이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보게 되는 계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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